마라톤 대회 당일, 걱정되는 것을 다양하겠지만 화장실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레이스를 달려본 러너이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분 섭취를 안 할 수는 없고, 생리 현상이라는 것이 조절 되는 것이 아니어서 참 쉽지 않은 문제에요.
마라톤 대회장에 화장실 있잖아?
네, 어느 대회든 화장실은 반드시 구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특히 등급이 높은 대회일수록 화장실의 개수가 중요하다보니 간이 화장실을 많이 준비해놓지만 대부분 부족해서 줄을 서는 것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준비를 다 마치고 웜업까지 다 한 상황에서 화장실을 기다리며 몸을 식게 하는 것이 아까운 분들은 그냥 참기도 하죠.
달리다가 마려우면 어떡하나?
레이스 주로에 5km 마다 간이 화장실을 설치해두는 경우도 있고 주유소나 식당, 카페, 상가 화장실을 활용하기도 합니다만 도심이 아닌 지방도로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노상방뇨를 하기 위해 주로를 벗어나 숲이 우거진 곳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간이화장실 뒤에서 해결하기도 합니다.
왜 노상방뇨를 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데 왜 노상방뇨까지 하냐는 물음이 없을 수 없는데요. 맞습니다. 노상방뇨라는게 경범죄에 해당하다보니 적발이 될 경우 5만원의 범칙금이 나옵니다. 하지만 성기 노출, 영업 방해, 재물손괴죄 등 여러가지가 중첩될 경우 심각한 범죄가 되니까 안 하는게 상식이죠. 그럼에도 대회 현장에서는 꽤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기록 손해를 줄이기 위해 화장실 줄을 기다리지 않고 주변에 처리하거나 도저히 참지 못 해서 급하게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쨌든 걸리면 곤란해진다는 것이죠.
소변이 땀으로 나오지 않나?
달리기 경험이 많은 분들은 소변이 조금 마려워도 달리다보면 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잠깐 참으면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달리다보면 그 느낌이 약해지는 것도 같지만 달리는 내내 불안하고 급수할 때마다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라 가급적 제대로 비워내고 달리는 것이 베스트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소변이 아니라 소변을 형성하고 있는 수분만 빠져나가는 것이어서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합니다.
해외 마라톤은 더 걱정!!
국내 마라톤 대회는 어느 정도 감이 있고 임기응변을 할 수 있다지만 해외 마라톤은 전혀 감이 없다보니 소변 뿐 아니라 큰일이 닥쳐왔을 때 엄청 당황할 수 밖에 없는데요. 일본 도심에서 열리는 대회라면 편의점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빠칭코 게임장에 들어가면 무료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언제 나올지도 모르니 불안하죠. 그리고 지하철 화장실 또한 탑승을 안 해도 입장 티켓을 끊고 들어가야 화장실을 쓸 수 있어서 만만치 않습니다. 유럽은 공중 화장실을 찾기 힘들고 찾아도 비싼거 아시죠?
참고 달리는 것도 해보자!
평소 공원에서 달리든 도심에서 달리든 꾸준하게 달리는 장소가 있다면 화장실이 어디 어디에 있는지는 파악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달리기 전에 또는 달리는 중에라도 마려우면 화장실에 들러서 해결하고 개운하게 다시 운동을 하실텐데요. 어느 날 문득 대회 중에 화장실이 마려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화장실 문제로 레이스에서 곤란한 적은 없었는데 해외에서는 또 다른 문제니깐요.
그래서 소변이 마렵거나 배가 살짝 아플 때에 곧바로 화장실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참고 달려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엄청 급하고 이건 곧 나온다는 느낌일 때는 무리해서 하지 않지만 약간의 신호라면 참고 달려도 괜찮다는 경험을 자주 해놓을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참고 달려보니 어떨까?
소변 정도는 10km까지도 충분히 참을만 했어요. 겨울인데도 이 정도면 덜 추울 때에는 훨씬 괜찮을 것이고 여러 번 반복해서 참고 달려도 괜찮다는 것을 경험하니 걱정도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배가 아픈 것은 문제가 좀 달랐는데요. 달리면서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지만 심해지는 경우는 진짜 아슬아슬하게 화장실에 들어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살짝 마려운 것은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일단 참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자주 참으면 X될 수 있다.
소변을 참는 것은 비뇨기 건강에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또 그렇다고 수분 섭취를 줄이면 그건 그것대로 요로결석 같은 끔찍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레이스처럼 특수한 경우에 참을 수 있는지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평소 운동할 때 조금은 참아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 참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화징실을 참는 능력은 인간에게 있어 더 멀리 이동할 수 있게 해줬다고 합니다. 멀리 달리는 스포츠인 마라톤에서도 그 능력은 엄청나게 중요할텐데요. 생리현상이라는 것이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해결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조금은 참을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혹시 모르니 화장지 몇 장은 꼭 챙겨놨다면 안심하고 달려도 되겠습니다.
아무리 해외라고 할지라도 마라톤 대회 현장인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 최대한 도와주지 않을까요? 보스턴 마라톤의 경우 주로 근처에 있는 집마다 화장실을 개방해서 선수들에게 이용하라고 한다던데 그것도 참 낭만적입니다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들 역시 달리기를 좋아하고 러너의 입장을 알기에 그렇게 내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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